2016. 8. 2. 16:19 모브사이코1디디
[리츠모브/레이모브] 악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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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봉투에선 지독한 악취가 풍겼다. 아침 쓰레기수거차에 미처 실리지 못한 것이었다. 누가 떨어트렸는지 모를 토스트에는 날파리가 들끓었다. 악취와 습기가 섞인 여름바람이 리츠의 뺨을 스쳤다. 리츠는 아이스크림을 먹다 말고 숨을 참았다. 아이스크림은 리츠의 손등을 타고 푸른 눈물을 쉴 새 없이 흘려댔다. 목덜미엔 머리카락과 땀이 엉겨 붙었다. 살인적인 더위였다. 이런 날씨에 음식물이 썩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집에 가면 좀 낫겠지. 미지근한 선풍기 바람을 쐴 수도 있고, 얼음 몇 개를 씹어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스크림은 어느새 절반 이상 녹아 있었다. 리츠는 아이스크림을 아스팔트 위로 던지곤 끈적거리는 손을 털어댔다.
현관에 들어서자 악취가 풍겼다. 음식물이 썩을 때 나는 것과는 다른 종류였다. 언젠가 아스팔트 위에서 본, 차에 깔려 납작하게 눌린 고양이에게서 나던 냄새와 흡사했다. 오늘 같이 땡볕이 내리쬐던 날이었다. 하루가 지날수록 썩어가던 고양이는 꼬박 일주일이 지나서야 사라졌다. 고양이가 사라진 곳엔 핏자국이 옅은 흉터처럼 남았다. 냄새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리츠는 그때처럼 숨을 참고선 화장실로 향했다.
흐물거리는 비누로 씻은 손에선 싸구려 비누 향이 났다. 어릴 적부터 익히 맡아오던 냄새였다. 손을 씻고 나와도 악취는 여전했다. 리츠는 코에 제 손을 갖다 댔다. 바깥에서 더위에 시달리던 리츠는 이제 원인 모를 악취에 시달려야 했다. 집에 오면 물부터 마시려던 생각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리츠! 방으로 향하던 리츠를 붙잡은 건 모브였다. 리츠는 뒤를 돌아봤다.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악취는 제 형인 카게야마 시게오로부터 풍기고 있었다. 지독한 냄새에 욕지기가 치밀었다. 언제 왔어? 많이 덥지? 리츠의 이마를 훑어주는 모브의 손등에서 악취가 풍겼다. 모브로부터 닿은 부분이 썩어가는 느낌이었다. 사랑해 마지않는 형이 지금처럼 꺼려진 적은 없었다. 속이 울렁거리는 걸 느끼며 리츠는 애써 웃었다. 오늘은 일찍 왔네. 아, 응. 저기, 리츠한테 해야 할 말이 있어. 그것 때문에 일찍 온 거야.
나, 스승님이랑 사귀어. 순간 머리가 어지러웠다. 순전히 악취 때문이었다. 모브의 입에선 썩은내가 진동했다. 그렇구나.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지금 당장은 자리를 피하고 싶단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모브는 오늘부터 사귀기로 했고, 그동안 자기와 레이겐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으며, 누가 먼저 고백했고, 오늘은 만나서 뭘 했는지 떠들기 시작했다. 리츠는 그런 모브가 싫었다. 고민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했을 때 아무 말도 않던 모브가 싫었다. 묻지 않았는데 저 혼자 제 사랑얘기를 쏟아내는 모브가 싫었다. 저 혼자서 당연하단 듯이 초능력을 쓰는 모브가 싫었고 자신을 놔두고 레이겐에게 곧잘 가버리는 모브가 싫었다.
모브의 사랑얘기는 저녁 먹기 전까지 계속됐다. 모브에게서 나는 악취엔 금방 익숙해졌다. 저녁식사를 하는 내내 그 누구도 악취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어쩌면 악취는 사라진 지 오래일지도 몰랐다. 처음부터 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게 아니면 더위를 먹은 걸지도 몰랐다. 여름은 몸이 허해지기 쉬운 계절이니까 무리도 아니었다. 리츠는 대충 저녁을 먹고 방으로 향했다. 짧게 교과서를 한 번 훑고는 일기장에 오늘 있었던 일들을 썼다. 하루를 일기로 끝내는 건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밴 습관이었다. 흰 종이엔 곧 검은 글자가 빼곡하게 찼다.
악취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달팽이가 점액을 남기듯 모브는 지나간 자리마다 악취를 남겼다. 익숙해지려 하면 모브는 다음날 더 심한 악취를 풍겨댔다. 편두통은 약을 먹어도 가라앉지 않았다. 리츠는 하루가 지날수록 더 많은 양의 약을 먹어야 했다. 둘의 대화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모처럼의 여름방학이지만 둘이 집안에서 마주치는 일은 별로 없었다. 악취 때문에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몸무게가 3키로나 빠졌다. 부모님은 리츠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만 물었지 악취에 대해선 묻지 않았다. 모브가 괜찮냐고 물으면 리츠는 대답 대신 쓴웃음만 지어보이기 일쑤였다. 괜찮냐고 걱정할 바에는 그냥 입을 다물어줬으면 했다. 이 사이로 새어나오는 썩은내는 겨우 진정시킨 리츠의 속을 뒤집어 놨다. 어쩌다 모브와 손이라도 부딪히는 날이면 리츠는 화장실에 들어가서 삼십 분 동안 나오질 않았다. 하루가 지날수록 모브의 얼굴빛은 어두워졌다. 리츠는 그 원인이 자신인 걸 알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건네주지 않았다.
가족들은 저녁을 먹기 위해 식탁에 모여 앉았다. 오늘 저녁메뉴는 돼지고기조림이었다. 좋아하는 음식이었지만 악취 때문에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요즘 리츠가 기운이 없어서 준비했다고 했다. 세 쌍의 눈알들이 리츠를 향했다. 리츠는 마지못해 젓가락을 입으로 가져댔다. 무슨 맛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물컹하게 씹히는 식감만이 입안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욕지기가 치밀었다. 식도를 타고 떨어지는 느낌에 리츠는 참지 못하고 헛구역질을 해댔다. 리츠, 괜찮아? 자신의 어깨를 붙잡는 손에선 구더기 한 마리가 툭 떨어졌다. 헛구역질은 곧 구토로 변해 저녁식탁을 망쳤다. 슬쩍 흘겨본 모브의 표정이 어두웠다.
스승님, 요즘 리츠가 절 피해요. 네. 스승님이랑 사귄다는 걸 고백한 이후부터요. 뭐랄까, 마치 벌레 보듯이 대해요. 몇 번 말을 걸어봤지만 웃으면서 방으로 들어갈 뿐이에요. 어쩌죠. 괜한 짓을 한 걸까요. 이대로 부모님에게 말하는 거 아닐까 겁나요. 어제는 식탁에서 토를 했어요. 아뇨. 제가 아니라 리츠가요. 속이 안 좋은 것 같길래 괜찮냐고 물어보니까 토했어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스승님, 전 이제 어쩜 좋아요. 리츠를 보는 게 무서워요. 경멸어린 시선으로 절 쳐다보는 게 등 뒤에서도 느껴지는 걸요.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저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느껴지는 걸요. 눈치가 없는 저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말이에요. 정말, 정말 어쩌, 앗. 으응. 비밀로 할 걸 그랬어요. 응……후. 스승님이랑 사귄 걸 후회하진 않아요. 다만, 그저……앗, 흐읏, 아, 스승, 님, 으응, 읏, 살……살……아읏, 핫, 스승, 니임, 히익, 좋아, 좋아해요, 아앗, 앗, 응, 앗, 앗.
다녀왔어. 모브의 몸에선 여전히 악취가 풍겼다. 지독한 악취에도 리츠는 평소처럼 모브를 지나칠 수 없었다. 숨을 참고 한참동안 바라봤다. 모브의 몸은 서서히 부패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에 짓무른 피부가 눈에 띄었다. 언젠가 본, 여름 내내 빠르게 썩어가던 고양이가 생각났다. 분명 이런 모습이었으리라. 리츠는 방금 화장실에서 게워낸 속이 또 다시 울렁거리는 걸 느꼈다. 이런 나날이 언제까지 계속될 진 몰랐다. 어찌됐든 분명한 건 모브는 살아있는 한 계속 썩어갈 것이란 거였다. 리츠는 입을 열었다. 어서 와. 창밖엔 매미가 시끄럽게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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